이 소리에 모여! – 전통의 현과 청춘의 교향곡

“고토의 현이 울려 퍼질 때, 청춘은 새로운 장을 열다”

2019년 4월부터 12월까지 방영된 『이 소리에 모여!』(원제: この音とまれ!)는 일본 전통 현악기 ‘고토’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청춘 성장 드라마다. 아뮤(AMU) 원작의 만화를 애니메이션화한 이 작품은 폐부 위기의 고등학교 동아리가 전국 대회를 목표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통해 전통 예술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2기 26화로 완결된 이 작품은 음악 애니메이션 장르에 새로운 지평을 열며, 2024년 현재까지도 글로벌 팬덤에게 회자되는 명작으로 자리매김했다.

고토: 전통과 현대의 접점

역사적 배경과 예술적 재현

고토(箏)는 7세기 중국에서 전래된 13현 악기로, 일본 궁중음악인 가가쿠(雅楽)의 중심을 이루었다. 작품 내에서는 에도 시대의 고전곡부터 현대적 편곡까지 다양한 레퍼토리가 등장하며, 실제 고토 연주자들의 기술 감수를 통해 현실감을 극대화했다. 9화에서 등장하는 ‘용성군(龍星群)’은 주인공 쿠도 치카의 인생을 상징하는 오리지널 곡으로, 전통 5음계에 현대적인 화음을 가미해 청중에게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다.

악기의 서사적 기능

폐부 위기의 토키세 고교 고토부는 악기 자체가 캐릭터화되는 독특한 구성을 보인다. 치카의 할아버지가 남긴 고토 ‘청월(青月)’은 가문의 유산이자 과오의 상징으로, 3화에서 부서진 현을 수리하는 장면은 주인공의 과거와 화해하는 서사적 장치로 작용한다. 반면 사토와 호즈키가 사용하는 20현 고토는 전통의 틀을 깨는 혁신성을 상징하며, 이는 현대 예술계의 보수성과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파란만장한 청춘의 현(絃)

주인공 군단의 다층적 성장

쿠라타 타케조(倉田武蔵)
고토부 유일의 재학생으로 시작하는 그는 초반 소심한 성격에서 점차 리더십을 발현한다. 7화 전교생 연주회에서의 실수는 ‘완벽함보다 공감’이라는 음악의 본질을 깨닫는 계기가 되며, 이 장면은 작품의 터닝포인트로 평가받는다.

쿠도 치카(久遠愛)
불량소년이라는 편견 뒤에 숨은 진심은 5화에서 드러난다. 할아버지의 고토 공방을 파괴한 누명을 쓰고 사회적 오명을 겪은 과거는, 11화에서 재판 장면을 통해 극적 정점에 달한다. 그의 고토 연주 스타일인 ‘폭풍주법(嵐奏)’은 감정의 격렬함을 현실적으로 표현한다.

호즈키 사토와(鳳月さとわ)
명문 호즈키가(家)의 후계자이지만 모녀 갈등으로 독립한 천재 소녀. 15화에서 어머니와의 대립 구도는 전통 예술계의 폐쇄성을 비판하며, 그녀의 오리지널 곡 ‘천읍(天泣)’은 2기 최종화에서 전국 대회 무대를 압도한다.

조연들의 현실적 고민

철학적 성찰을 겸비한 고3 다카오카 테츠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아다치 사네야스, 외로움을 음악으로 극복하는 사카이 미츠타카 등 각자의 사연이 고토 연주에 반영된다. 17화 지방 예선 에피소드에서는 개인 스토리가 앙상블로 융합되며 집단 창작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음악적 연출의 혁신

생생한 연주 장면의 비밀

제작진은 실제 고토 연주자를 모션 캡처로 활용, 현을 뜯는 손가락 각도까지 세심히 재현했다. 2기 22화 전국 대회 장면에서는 1분 30초의 단일 컷으로 7인 연주 장면을 연출,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실시간 합주 효과를 구현했다.

사운드트랙의 서사적 기능

오프닝 ‘Tone'(내치다 유마)과 ‘Harmony'(아오이 쇼타)는 각각 1·2기의 주제를 관통한다. 특히 13화에서 삽입된 ‘Speechless’는 무대 뒤에서 흐르는 눈물의 의미를 음원 없이 보컬만으로 표현해 화제를 모았다.

문화적 영향과 현실 반향

고토 열풍의 사회적 확산

방영 후 일본 내 고토 학습자 수가 23% 증가했으며, NHK ‘생방송 토요스튜디오’에서는 실제 고토부원들이 특별 공연을 펼쳤다. 2023년 도쿄국립박물관에서는 작품 속 고토를 전시하는 기획전이 열릴 정도로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았다.

글로벌 팬덤의 확장

북미에서는 ‘Sounds of Life’란 제목으로 크런치롤을 통해 소개되며, 뉴욕 카네기홀에서의 팬 연주회는 티켓 5분 만에 매진되었다. 한국에서는 2024년 기준 원작 만화 미정발 상태지만, 애니플러스 방영을 통해 마니아 층이 형성되었다.

기술적 도전과 예술적 성취

4K HDR 리마스터링의 의미

2022년 발매된 블루레이 콜렉터스 에디션에서는 원작 만화의 펜 터치를 재현한 디지털 셀 화풍이 적용되었다. 눈물 장면에 사용된 수채화 필터링 기법은 감정 표현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VR 체험의 진화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360도 가상 연주회 체험은 팬들이 직접 ‘천읍’을 지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기능을 탑재, 전통 예술의 디지털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결론: 현(絃)으로 엮은 영원한 청춘

『이 소리에 모여!』는 단순한 학원물을 넘어 전통 예술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청소년의 시선으로 풀어낸 교훈적 작품이다. 각 인물의 개인사가 집단의 음악으로 융화되는 과정은 ‘협업’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우며, 고토의 현이 전하는 메시지는 문화유산 보존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사회적 책무를 수행할 수 있음을 입증한 기념비적 사례라 평가받는다.

추천 대상

  • 전통과 현대의 조화에 관심 있는 예술 애호가
  • 악기 연주 경험이 있는 이들의 공감대 형성
  • 성장 과정의 아픔과 승리를 동시에 그리는 서사를 선호하는 시청자
  • 일본 전통 문화를 현대적 시각으로 접하고자 하는 모든 이

이 작품을 관람한 후, 당신은 유튜브에서 고토 연주 영상을 검색하게 될 것이다. 『이 소리에 모여!』가 심어준 음악적 열정은 단순한 관객을 넘어 문화 전도사로 변화시키는 힘을 지녔다. “청춘의 울림은 영원히 멈추지 않는다”는 마지막 대사처럼, 이 애니메이션의 여운은 오랫동안 관객의 가슴에 머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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